“헤어핀”의 또 다른 의미
[오늘 글은 피아니스트 David Hyun-Su Kim의 논문 “The Brahmsian Hairpin”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헤어핀,
악보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 표시는,
연주자들에게 보통 “점점 세게”, 그리고 “점점 여리게”를 지시하는 표시로 알고 있습니다.
“크레센도(crescendo)” 혹은 “데크레센도(decrescendo)”라고도 불리죠.
하지만, 베토벤 ,브람스 등이 활동했던 낭만주의 시대에는 이 표시가 다른 의미로 쓰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헤어핀은 초기에 단순히 음의 다이나믹만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리듬적인 표현방식을 지시하기 위해 쓰였습니다.
악보를 한 번 살펴볼까요?
브람스의 악보를 연주하다보면,
종종
이 모양의 헤어핀과 ‘cresc.’가 동시에 쓰인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점점 여리게 연주하라는 지시와 점점 세게 연주하라는 지시가 동시에 등장하죠.
우리의 기존 상식으로는 연주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가끔은
이 헤어핀과 ‘dim.’가 동시에 쓰이기도 합니다.
이 상황은 같은 의미의 두 지시어가 중복 표시되어 있어, 불필요한 중복이 아닌가 생각되죠.
…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논문의 저자 “David Hyun-Su Kim”은
브람스의 친구이자,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였던 ‘요제프 요하임(Joseph Joachim, 1831 - 1907)’,
클라라 슈만의 제자로 브람스와 함께 생활했던 경험이 있는 피아니스트 ‘일로나 아이벤쉬츠(Ilona Eibenschütz, 1872 - 1967)’,
클라라 슈만의 제자이자 브람스와 친한 사이였던, 피아니스트 ‘아델리나 드 라라(Adelina de Lara, 1872 – 1961)’와 ‘파니 데이비스(Fanny Davies, 1861 - 1934)’,
브람스의 동료들에게 피아노 수업을 받았으며, 종종 브람스에게 직접 음악적 조언을 듣고는 했던 피아니스트, ’에텔카 프룬드(Etelka Freund, 1879 - 1977)’ 등
브람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던 연주자들의 레코딩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주로 네 가지의 방식으로 헤어핀이 사용되었다고 결론 내립니다.
첫 번째는 “종결(closing)” 방식입니다.
프레이지의 마지막 부분에 이러한 모양의 헤어핀으로 나타나며,
점점 느려지다가 잠시 멈추어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
두 번째는 “아첼레잔도(accelerando, 점점 빠르게)” 방식입니다.
활기찬 프레이지에서 이러한 모양의 헤어핀으로 나타나며,
점점 빨르게 연주하라는 지시입니다.
…
세 번째는 “여운이 남는(lingering)” 방식입니다.
보통 운율적 혹은 시적인 곡에서 위와 같이 쌍으로 모여있는 헤어핀으로,
감정 혹은 표현의 절정에서 잠시 느려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악센트 타입(accent-type)” 방식 입니다.
이 방식은 위의 헤어핀으로 나타나거나,
이와 같이 쌍으로 표시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인 악센트를 더욱 확장하거나, ‘메사 디 보체(messa di voce: 한 음을 길게 끌며 음량을 점점 크게 했다가 다시 점점 여리게 마무리하는 법)’로 연주하라는 지시입니다.
…
하나의 헤어핀이 하나의 표현법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기에 또 다른 질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에 논문의 저자는 브람스의 지인들이 남긴 말들,
그리고 악보와 레코딩 분석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이어나갑니다.
오늘은 음악 대신 링크 하나를 올려드립니다.
위에서 언급된 연주자들의 음원을 들을 수 있는 논문 저자 “David Hyun-Su Kim”의 홈페이지 링크입니다.
악보와 함께 보면 꽤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는 것이 느껴지네요.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 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링크]
http://davidkimpiano.com/HairpinsandNotationasMetaphorExamples/index.html
[참고문헌]
David Hyun-Su Kim. The Brahmsian Hairpin. 19th-Century Music, Vol. 36, No. 1. pp. 46-57. 2012.
<탬버린 뮤직>
- 소개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V29lmdIFdbM&feature=youtu.be&themeRefres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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