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곡목 읽기
“Chopin Etude Op.10, No.3 in C major”
“J.S. Bach,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 565”
클래식 음반을 집어들고 무슨 곡이 있는지 살펴보려 하면,
알 수 없는 숫자들이 길게 나열되어 있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으실 거에요.
그래서 오늘은 클래식 음악의 제목을 구성하는 숫자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려고 합니다.
위에서 보여드린 두 곡을 살펴보겠습니다.
“Chopin Etude Op.10, No.3 in C major”
첫 번째 곡은 쇼팽 에튀드(연습곡)라고 적혀있네요.
그런데 여기서 보이는 “Op.10”과 “No.3”은 무엇을 뜻할까요?
먼저 “Op.”는 작품을 뜻하는 라틴어 “Opus”의 약자입니다.
작곡가의 작품이 출판된 순서대로 번호를 붙인 것이죠.
그리고 “No.”는 한 작품에 여러곡이 수록되어 있을 경우 구분하는 번호입니다.
쇼팽이 처음으로 출판한 연습곡집인 Op.10에는 12곡의 연습곡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곡의 경우에는 연습곡집 “Op.10”의 세 번째 곡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참고로 뒤에 붙어있는 “in C major”는 이 곡의 조성을 의미합니다.
…
이번에는 두 번째 작품을 살펴볼까요?
“J.S. Bach,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 565”
이 곡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입니다.
이 곡에는 “Op.” 혹은 “No.”와는 다른 “BWV.”가 붙어 있네요.
“바흐 작품 목록(Bach Werke Verzeichnis)”의 약자입니다.
몇몇의 작곡가들은 본인의 작품만을 나타내는 번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번호는 주로 음악학자들에 의해서 부여되죠.
음악학자들은 한 작곡가의 곡 목록을 연대순 혹은 장르순으로 정리하여 번호를 매기는데,
작곡가의 새로운 곡이 발견되거나, 어떠한 곡이 위작으로 발견된 경우 개정판을 통해 번호를 업데이트합니다.
바흐의 작품번호 역시 ‘볼프강 슈미더(Wolfgang Schmieder, 1900~1973)’라는 독일의 음악학자에 의해 부여되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번호로는 “헨델 작품 목록 HWV.(Handel Werke Verzeichnis)”과
“쉬츠 작품 목록 SWV.(Schutz-Werke-Verzeichnis)”이 있죠.
바흐와 헨델 작품번호를 제외한 다른 작품 번호들은 주로 번호를 부여한 음악학자들의 이름을 따서 사용합니다.
모차르트의 경우에는 모차르트를 연구한 오스트리아의 학자 ‘쾨헬(Ludwig von Kochel, 1800~1877)’의 이름을 따 “K.”로 쓰고 “쾨헬 번호”라고 읽죠.
이 외에도 하이든의 작품은 음악학자 ‘호보켄(Anthony van Hoboken)’의 이름을 따 “Hob.(호보켄 번호)”로,
슈베르트의 작품은 슈베르트의 권위자 ‘도이치(Deutch Otto Erich)’의 이름을 따 “D.(도이치 번호)”로,
비발디의 작품은 음악학자 ‘리용(Peter Ryom)’의 이름을 따 “Rv. (리용 목록, Ryom Verzeichnis)”으로 부릅니다.
그리고 리스트의 작품은 음악학자 ‘험프리 설(Humphrey Searle)’의 이름을 따 “S. (설 번호)”로,
보케리니의 작품은 프랑스의 음악학자 ‘이브 제라르(Yves Gerard)’의 이름을 딴 “G. (제라르 번호)”로 읽습니다.
그 밖에 작품번호가 없는 작품을 뜻하는 “WoO. (작품번호 없는 작품, Werke ohne Opuszah)”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호로비츠가 연주하는 [스카를라티 소나타, L23, K. 380]를 추천드립니다.
스카를라티의 작품은 미국의 하프시코드 연주자 ‘랄프 커크패트릭(Ralph Kirkpatrick)’의 이름을 딴 “K. (커크패트릭 번호)”와,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알레산드로 롱고(Alessandro Longo)’의 이름을 딴 “L. (롱고 번호)”를 동시에 사용합니다.
클래식과 친해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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