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닮은 듯 닮지 않은듯, 이탈리아의 만세운동
- 비바 베르디
지난 주 수요일, 대한민국의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우리의 대표를 뽑는 선거만큼 일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일은 드물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신중하게 고민하여 한 표를 행사하셨겠지요.
오늘은 한 나라의 독립운동가이며, 해방국가의 국회의원을 지낸 한 명의 음악가를 소개하려 합니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주세페 포르투니노 프란체스코 베르디” (Giuseppe Fortunino Francesco Verdi, 1813.10.10 ~ 1901.01.27) 입니다.
누구보다도 이탈리아를 사랑했으며, 이탈리아의 독립을 위해 힘쓴 공로로 해방된 조국의 국회의원이 된 음악가이죠. 하지만 이 음악가는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 국적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이탈리아 대부분의 지역이 나폴레옹에 의해 프랑스에 합병되었기 때문입니다.
1797년 나폴레옹은 이탈리아 원정 군사령관으로 알프스에서 이탈리아에 이르는 지역을 점령하고, 1814년 이탈리아 전 지역에 나폴레옹 법전을 적용시켜 행정 법규를 통일합니다. 베르디가 태어난 파르마 공국 또한 이미 나폴레옹에 의해 프랑스로 편입되었기 때문에, 그는 이탈리아인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서류상으로 프랑스 사람이었던 것이죠.
이러한 이탈리아의 상황은 베르디가 2살이 된 후 변화합니다.
나폴레옹이 워털루전투에서 패배한 뒤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유배되었기 때문입니다.
나폴레옹이 실각하며 승전국인 오스트리아와 영국은 “비엔나 회의”(Congresso di Vienna)를 개최했고,
이탈리아는 다시 오스트리아의 영토로 편입됩니다.
베르디는 다시 오스트리아의 국적을 가지게 된 것이죠.
이러한 혼란스러운 조국에서 태어난 베르디는 음악을 통해 이탈리아의 독립을 이끌게 됩니다.
그는 음악에 독립을 암시하는 장면을 삽입했으며, 그의 생각은 많은 관중을 움직입니다.
베르디의 세번째 오페라인 <나부코> (Nabucco, 1842)에서는 조국을 기리는 노래인 “가거라, 내 상념이여, 금빛날개를 타고 날아가라” (Va, pensiero, sull’ali dorate…)를 합창합니다. 이 오페라 <나부코>는 이탈리아 각지에 전파되어 오페라가 공연된 후에 관중들은 이 노래를 합창하였는데, 경찰들은 이러한 이탈리아인들의 행동이 오스트리아에 대항하는 시위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여 공연을 금지시키죠.
오페라 나부코를 작곡한지 일년 후인 1843년, 베르디는 또 다른 오페라인 <십자군의 롬바르디아인> (I Lombardi alla prima crociata, 1843)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베르디는 의도적으로 이 오페라 안에 선동적인 장면을 넣어놓았죠.
공연을 보던 도중 남자가 “오늘의 성지는 우리의 것이다!” (La Santa Terra oggi nostra sàra)를 노래하면, 관중들이 “네! 전 쟁!” (Si! Guerra!)이라고 화답하는 장면이었죠.
1846년 오페라 <아틸라> (Attila, 1846)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오스트리아를 비판합니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합스부르크왕가에서 파견된 로마 감독관이 초청되었는데, 관중들은 감독관을 향해 “당신은 우주를 가질 수 있지만 저희 이탈리아에서는 떠나주세요” (Avrai tu Funiverso, Resti l'Italia a me)라고 소리칩니다. 이 합창은 작품에 삽입되어 있는 노래였죠.
1853년 <일 트로바토레> (Il Trovatore, 1853)의 공연에서는 무대의 주인공 “만리코”가 칼을 뽑아들고 그의 병사들이 “무기를 들자”는 합창을 부르는 순간, 이에 화답하듯 애국투사들이 “이탈리아 만세!”를 외치며 아래층에 자리잡은 오스트리아 군인들에게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삼색의 꽃과 전단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에게는 오스트리아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검은색 꽃을 던지며 저항했죠.
이 작품 이외에도 베르디는 많은 작품에서 본인의 애국심을 드러냈는데, 1840년대 이후 일 년에 평균 두 편의 오페라를 작곡했으며, 작품 안에는최소 한 장면 이상을 애국정신을 표현하는 합창에 할애했습니다. 심지어 애국심을 표현하기 힘든 오페라 <맥베스>에 조차 스코틀랜드 망명자의 합창인 “아, 고향의 억압” (O patria oppressa)을 삽입하여 그의 애국정신을 드러냈죠.
베르디의 이러한 독립운동은 이탈리아의 국민들의 마음에 큰 불을 지릅니다.
이탈리아의 국민들은 베르디에게 ”베르디 만세!”라는 의미로 “비바 베르디” (VIva Verdi)라는 찬사를 보냅니다.
이 “Viva Verdi”는 베르디에게 보내는 만세이기도 하며, 이탈리아의 왕에게 보내는 정치적 구호이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 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만세” (Vittorio Emanuele Re D’Italia)의 머리글자를 따면 베르디의 이름이 나오기 때문이었죠.
평생을 이탈리아의 독립을 위해 작곡한 작곡가 베르디,
그는 결국 독립을 볼 수 있었으며, 독립된 조국에서 국회의원을 지내게 됩니다.
그리고 1901년 1월 27일, 그의 조국 이탈리아는 세상을 떠난 베르디를 국장으로 추모합니다.
‘나의 장례식에는 아무런 음악이나 노래 없이 사제 둘, 촛불 둘, 십자가 하나면 충분하다’라는 말을 남긴 베르디..
하지만 이탈리아의 국민들은 그를 이렇게 보낼 수 없었고, 마음을 담아 최고의 경의를 표현합니다.
정부와 국회의원, 국민들은 30일제(trigesimo)를 치렀고, 800여명의 합창단은 <나부코>의 “가라 꿈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를 노래하며, 그를 마중합니다.
…
일본인으로 태어나야 했던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프랑스인으로 태어나야 했던 베르디..
대한민국을 둘러싼 러시아와 일본 그리고 청나라의 다툼과, 이탈리아를 둘러싼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다툼
나뉘어 있던 이탈리아 반도와 나뉘어 있는 우리의 반도..
서로 닮은 아픈 역사..
하지만 그들의 역사가 우리의 마음을 더욱 시리게 하는 이유는,
“하나의 마음으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위인을 높였던,
그들의 “행동” 때문인가 봅니다.
<탬버린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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