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와 바그너 시리즈 2
- 히틀러가 사용한 바그너의 음악
1945년 4월 30일, 히틀러는 베를린의 지하 벙커에서 아내 에바 브라운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부하들은 유대인들에게 시신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그의 유언을 따라 그의 시체를 화장하죠. 그리고 그의 마지막에는 국가 공식 추모 음악인 베토벤 <7번 교향곡> 대신 바그너의 <지크프리트 장송곡> 이 울려 퍼집니다. 히틀러가 가장 사랑했던 작곡가와 마지막을 함께한 것이죠.
히틀러는 바그너의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바그너의 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뒤 흔들고 독일인의 위대함을 드러내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민족의 결속력을 다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바그너의 음악극에는 민족을 구원하는 영웅의 이야기, 게르만 민족과 맥을 같이한 신화적인 전설 등 독일적인 정서가 가장 강하게 드러났고 이러한 바그너의 음악극은 히틀러가 생각하는 가장 독일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히틀러는 독일이 하나의 언어와 문화를 사용하는 민족주의 국가가 되기를 꿈꾸었습니다. 그리고 음악은 민족을 하나로 결속시키고 민족의 우월성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예술이었죠. 이를 위해 히틀러가 취한 전략은 독일적인 음악의 장려, 그리고 현대음악의 거부라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
히틀러는 우선 바흐와 헨델,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의 독일 음악가의 단점을 가리고 장점을 부각시켜 독일 음악가의 위대함을 드러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바그너도 히틀러가 택한 음악가중 한 명 이었죠. 그는 이러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장려하고 민족주의를 고취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올림픽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독일은 제국주의와 침략자로서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자 올림픽 유치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1936년 8월 1일, 베를린에서 제11회 하계 올림픽이 개막하죠. 이 개막식은 한 편의 드라마틱한 오페라와 같이 연출되었는데, 이 무대의 연출에는 바그너 음악극에서 영감을 얻은 아이디어가 적용되었습니다.
광기와 열정, 해방과 구원의 메시지. 여기에 함부로 범접하거나 항거할 수 없는 신성함이 더해진 연출은 ‘민족은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불러 일으키고 절대 복종을 맹세하기에 충분했고, 누구보다도 선전의 효과를 잘 알고 있었던 히틀러는 역사 적인 광경을 최초로 전세계에 TV로 생중계합니다. 그리고 개막식 장면은 히틀러가 총애하는 음악감독 레니리핀 슈탈에 의해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되었죠. 이처럼 히틀러는 정치적인 모든 행사를 한 편의 드라마로 연출하고자 했고, 정치 선전의 수단으로 사용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독일 정부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라디오를 배급 했는데, 이 라디오에서는 히틀러를 비롯한 당 지도자들의 메시지를 담은 연설이 방송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연설 전에는 항상 바그너를 비롯한 독일 작곡가의 음악이 흘러나왔죠. 바그너의 음악은 자연스럽게 천백만명의 독일 청자들에게 수용됩니다.
반면, 히틀러는 현대음악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히틀러는 1938년 5월 뒤셀도르프에서 ‘퇴폐 음악 콘서트’를 열어, 난해한 음악을 강한 어조로 비판합니다. 그는 현대 음악을 다수의 일반인들이 싫어하는 ‘문화적 쓰레기’로, 현대 음악가를 ‘신성한 독일 예술의 샘물에 독을 뿌리는 자’로 낙인 찍었죠.
사실 이러한 배경에도 유대인에 대한 증오가 내재되어 있었습니다. 쇤베르크로 대표되는 유대계 독일 작곡가들이 무조 음악을 주장하고 이끌었기 때문이었죠. 히틀러는 현대 음악에 유대 작곡가들의 정신이 깊게 뿌리 내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에게 무조주의와 12음 기법을 앞세운 현대 음악은 엘리트주의가 낳은 산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히틀러는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불협화음, 불안한 정서를 조장하는 무조 음악과 불규칙한 리듬 등을 무정부 주의와 같다고 비난했죠.
미국에서 유입된 재즈도 현대 음악과 더불어 나치가 수용할 수 없는 대표적인 음악이었습니다. 재즈 음악이 미국적 정서를 조장 하면서 독일 민족의 자부심을 해칠 뿐 아니라 재즈에 자주 사용되는 싱코페이션 리듬, 그리고 색소폰 같은 악기가 불순한 성적 환상을 불러 일으킨다는 이유에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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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히틀러는 음악을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했습니다. 음악은 독재자의 의도에 따라 권장되고 금지됩니다.
바그너는 본인의 작품 <지크프리트>에서 주인공 지크프리트를 미래의 인간상으로 제시합니다. 지크프리트는 오페라 전체의 영웅이자 반 유대인의 전형으로 그려지고, 히틀러는 지크프리트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죠. 민족과 세계를 구원할 영웅이 자신이라 여긴 것입니다. 바그너의 음악이 히틀러의 내면 깊숙이 뿌리박힌 영웅 의식, 민족 구원의 사명의 충실한 배경 음악이 된 것이죠.
[참고문헌]
이경분. “베토벤 수용을 통해 본 나치의 음악정책”. 음악이론연구. 제6집. pp.39-64. 2001.
김희영. “바그너와 독일 문화민족주의”. 대구사학회. 제80집. pp.205-224. 2005.
황정식. “독일 민족주의와 나치즘”. 동국사학. 제41집. pp.117-157. 2005.
정주은. “히틀러의 음악 독재에 관한 고찰”. 음악사연구회. 제1집. pp.87-119. 2012.
김용환. “바그너의 반유대주의 I: 원인과 배경”. 서양음악학. Vol.17. No.1 pp.45-81. 2014.
김용환. “바그너의 반유대주의 II: 바그너의 음악극에 나타난 반유대적 요소”. 서양음악학. Vol.18. No.3 pp.129-162. 2015.
<탬버린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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