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죽음 <2> 죽음의 재판
-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iotr Ilyitch Tchaikovsky, 1840 ~ 1893)
어제는 <알고듣는 클래식>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죽음을 둘러싼 가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자살’일 것이라는 가설과 ‘전염병’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가설을 다뤘었죠.
오늘은 차이코프스키의 죽을을 둘러싼 세 번째 가설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 가설은 차이코프스키가 왜 하필 권력과 인기가 절정일 때 자살을 했나? 하는 물음과,
자살 전, 교향곡 6번을 마친 것에 대해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하며 전반적으로 쾌활한 모습을 보였다는 증언들로 인해 자살설이 설득력을 잃으며 등장합니다.
그가 자살을 하긴 했는데 자기 의지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게 무슨말 일까요?
차이코프스키가 동성애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시는 동성애가 죄가 되는 시대였죠.
이 이야기는 차이코프스키의 성 정체성 문제에서 시작됩니다.
어느날 스텐보크-페르모르(Stenbok-Fermor)공작은 황제에게 편지를 보내
차이코프스키가 자신의 조카를 유혹한 것 같다고 고발합니다.
공작은 이 편지를 한 남성에게 주며 황제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하는데,
이 남성은 차이코프스키가 다녔던 법률학교의 동급생 니콜라이 야코비(Nikolay Jacobi)였죠.
그는 이 일이 학교와 졸업생들의 명예를 더럽힐까봐 겁이 나서 황제에게 편지를 전하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대신 그는 비밀리에 차이코프스키의 예전 동급생 일곱 명을 소집해 합법적인 재판권이 없는 ‘명예법원’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이 법원은 차이코프스키에게 학교와 졸업생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살’하라고 판결하죠.
이 판결에 순순히 승복한 차이코프스키는 전병병이 돌고있는 마을로 들어가 끓이지 않은 물을 마시고,
콜레라에 걸려 사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지만, 역시 이 이야기에도 허점은 존재합니다.
이렇게 까지 궁지에 몰렸는데 왜 망명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황제를 포함한 많은 고위직과 친분이 있었는데, 왜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이죠.
또한, 당시 러시아에서는 동성애가 공개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흔한 일이었기에 공공연하게 눈감아 주고는 했으며, 황제의 친척과 고위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동성애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이코프스키와 같이 러시아가 자랑하는 국가적 보물과 같은 사람을 동성애와 같은 이유로 죽음에 이르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론이 나왔죠.
…
차이코프스키의 죽음을 둘러싼 많은 가설들 중,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를 향한 관심과 사랑이 이러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거리를 메운 6만 명의 인파가 증명하듯
그리고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증명하듯 말이죠..
…
오늘 추천드릴 곡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4악장]입니다.
비창의 피날레는 마치 불빛이 사위어가는 것 같은 ‘아다지오 라멘토소’입니다.
이 곡을 초연하고 9일 후에 그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며,
차이코프스키가 자신의 장송곡을 작곡한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죠.
<탬버린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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