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된 사랑 1
잘못된 한 순간의 선택은 때때로 인생에 커다란 상처를 내고는 합니다.
그 선택이 “사랑”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죠.
그렇기에 우리는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서로의 사랑을 찾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에 있어 소홀했던,
아니 옳지 못했던, 한 명의 작곡가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iotr Ilyitch Tchaikovsky, 1840 ~ 1893)’입니다.
그는 서구적 기법과 민족주의, 낭만주의 사상을 자신의 작품에 두루 적용하여,
러시아적이면서 동시에 국제적인 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작곡가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는,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있는 작곡가로 알려져 있죠.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설득력을 높여가는 현재와는 달리,
차이코프스키가 살았던 당시의 러시아에서는 동성애를 대개 질병으로 보았고, 치료도 할 수 있다고 믿었죠.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성적 혼란에서 오는 고충을 해결해 보려는 잘못된 희망으로,
인생 최대의 실수이자 재앙을 초래할 결정을 내립니다.
바로 여성과의 결혼이죠.
그는 36세가 되던 1876년, 동생인 모데스트에게 여성과 결혼하기로 결심했다는 편지를 씁니다.
그에게는 상대방이 누군지도 중요하지 않았죠.
단지 사회가 질병으로 여기는 자신의 성향과 싸우기를 원했고,
사회가 자신을 정상으로 보아 주기를 원했죠.
“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겪고 있어. 지금 자세하게는 말 못하지만 너에게 간단히 말하자면 결혼하기로 했어.(…) 이제부터 앞으로는 진지하게 결혼을 준비할 거야. 상대방의 정체는 상관없어. 우리 둘에게는 우리의 성향이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크고 가장 풀리지 않는 장애물이니까 전력을 다해 천성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지.
- 1876년 9월. 모데스트에게-
“
그리고 일년 뒤인 1877년 봄,
차이코프스키는 자신에게 푹 빠져있는 안토니나 밀류코바(Antonina Milyukova)라는 여성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유명했기 때문에 이러한 편지를 받는데 익숙해 있었지만, 이 여성은 조금 달랐죠.
그는 그녀에게 답장을 하고, 서신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됩니다.
차이코프스키가 1877년, 그의 후원자 였던’ 나데츠다 폰 메크 (Nadezhda von Meck)’에게 보낸 편지에 그 당시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
편지를 받고 그녀가 저를 전부터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쓴 편지였고 심성이 따뜻해 보여서 답장하기로 했지요.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지만 답장한 적은 없었습니다.
“
하지만 차이코프스키는 그녀를 만나지 않고 서신만 교환하다가 모스크바를 떠납니다.
이에 크게 실망한 안토니나는 이를 알고 바로 편지를 쓰죠.
“
정말로 저를 한 번도 보지 않은 해 서신 교환을 끝내겠다는 것인가요? 그토록 잔인한 분은 아닐 텐데요!(…)안녕 내 사랑. 저를 더는 실망시키지 말아요. 시간 낭비일 뿐이랍니다. 당신 없이는 저도 살 수 없으니 곧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밖에요.(…)
“
그녀의 협박이 통했는지, 차이코프스키는 모스크바에 돌아오면 만나자는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둘러싼 운명에 흐름에 휘둘리며, 해서는 안될 잘못된 결정을 내리죠.
그의 잘못된 결정과, 그 이후의 이야기는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내일 <알고듣는 클래식>을 통해 이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에프게니 오네긴 中 폴로네이즈]를 추천드립니다.
차이코프스키와 안토니나가 서로 서신을 주고 받던 1977년 작곡된 곡이죠.
[내일 뒷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탬버린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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