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자를 위한 진혼곡
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인간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죽음을 두려워하고 고민하며, 때로는 죽음을 숭배하기도 합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의 무한함”이나 깊이를 측정할 수 없는 “바다의 아래”가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서 두려움을 끌어내 듯, 짐작조차 어려운 죽음 이후의 세계는 두려움이 되어 인간에게 다가오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죽음의 두려움에 저항하려는 노력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어느 문화권에서는 하데스의 저승에 무사히 도착하길 바라며 죽은 자의 눈에 배삯을 올려주고, 또 다른 곳에서는 죽음 이후의 삶에서도 풍족하기를 바라며 무덤속에 귀중품을 넣어주고 제사를 지냅니다. 이러한 노력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인간의 바람임과 동시에,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이기도 하죠.
서양음악사에서도 이러한 노력이 있어왔습니다.
죽은이의 안식을 바라는 노래인 “진혼곡(레퀴엠)”이 그것입니다.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아직 안식의 자리에 있지 않은 망자를 안식의 자리로 인도해 달라는 기도이죠.
이렇게, 서양음악사의 작곡가들은 죽은자의 안식을 위해 진혼곡을 작곡해 왔습니다.
하지만, 한 명의 작곡가가 “떠난 자”가 아닌 “남은 자”를 위해 진혼곡을 작곡합니다.
이 작곡가의 이름은 “요하네스 브람스 (Johannes Brahms)” 입니다.
그리고 브람스가 이 곡을 작곡하며 위로하고 자 한 여인은 슈만의 아내 ‘클라라 슈만’이죠.
슈만과 그의 부인 클라라는 브람스의 은인이었습니다.
슈만은 브람스가 작곡한 곡을 그의 평론지 ‘음악시보’를 통해 극찬을 하며 브람스의 이름을 음악계에 알렸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슈만은 브람스의 곡을 직접 연주하여 곡을 세상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죠.
세 명의 음악가는 오랜시간 함께 생활하며, 음악적 고민을 함께 했고,
자연스럽게 브람스는 14살이나 많은 클라라를 짝사랑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슈만이 정신병으로 투병중에 사망하자 슬픔에 빠진 클라라를 위로하기 위해 브람스는 진혼곡을 작곡합니다. 하지만 이 진혼곡은 죽은자(슈만)을 위한 곡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클라라)를 위한 곡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걱정하는 한 남자의 걱정스런 마음이었죠.
브람스는 진혼곡 1악장의 가사를 통해 이렇게 그녀를 위로합니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마태복음 5:4)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시편 126:5-6)
…
바티칸에 가면 “피에타”라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있습니다.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를 조각한 것이지요.
이 작품에서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 중 저에게 크게 다가온 한 감정이 있습니다.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의 슬픔입니다.
죽음에는 세 가지의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매일 매일 넘쳐나는 기사들에 실려있는 “그들(They)”의 죽음,
내가 사랑했던 “너(You)”의 죽음,
그리고 “나(I)”의 죽음..
브람스는 알고 있었습니다.
슬픔을 느낄 수 있을지 조차 모를 “나”의 죽음보다,
내가 사랑했던 “너”의 죽음이 더 아플 것이라는 걸..
그렇기에 “너”를 잃은 그녀가 위로 받아야 했다는 것을..
<탬버린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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